[영화 속 금융이야기] 2차 세계대전 위조범 실화를 다룬<카운터페이터>- ②



지난번 '알고 보면 재미있는 영화 속 금융이야기 <카운터페이터> 1편에서 (기사보기) 세계 2차 대전 이야기, 위조지폐로 돈을 버는 위조범에서 사상 최대의 위조지폐 제작 작전의 핵심 기술자가 된 소로비치 이야기와 독일 나치 친위대 SS가 추진한 베른하트 작전 이야기까지 전해드렸습니다. 


베른하트 작전은 위조지폐를 통해 적국의 경제를 붕괴시키는 작전으로 2차 세계대전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2편에서는 역사 속 위조지폐를 통해 공격 사례와 영화 <카운터페이터>의 마지막 결말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위조지폐의 전쟁무기화


당시 제작된 파운드화의 위조지폐


위조지폐를 통해 적국을 공격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수 없이 나타납니다. 

종이로 만든 돈이라는 지폐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중국 원나라로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 원나라 말기에 명나라가 원나라의 경제를 혼란시키기 위해 위조지폐를 대량생산하여 원나라 경제를 혼란시켰고, 미국 남북 전쟁때도 남부가 북부경제를 혼란시키기 위해 위조지폐를 찍었다고 합니다. 


미국 최초의 연방 수사기관이며 지금은 미국 대통령 등을 경호하는 경호기관으로 유명한 비밀경호국 (US Secret Service)이 사실 처음 탄생할 때에는 위조지폐를 막기위한 조직이었던 것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죠. 

그래서 비밀경호국 (US Secret Service)는 재미있게도 미 국무부나 미 국방부 소속이 아니라 미 재무부 산하기관이며 현재도 위조지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위조지폐를 전쟁 무기화하여 공격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지는데요. 첫 번째는 대량의 위조지폐를 통해 적국의 화폐체계를 무력화시키고 더 나아가 적국의 경제기반을 붕괴시켜 전쟁 수행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이며, 두 번째는 전황이 그렇게 좋지 않을 경우 자국의 통화로는 수입을 위한 결제를 받아주지 않으므로, 전황이 유리한 나라의 통화를 위조하여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실제 나치독일이 베른하트 작전을 발동하여 위조에 성공한 위조지폐의 양은 총 1억 3천 2백만 파운드라는 당시 영국 국고의 네 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전후에도 영국은 모든 지폐가 신권으로 교체될 때까지 지폐 자체를 아예 생산하지 않았다고 하니, 베른하트 작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역사가들은 베른하트 작전이 조금만 더 일찍 시행되어 생산된 위조지폐의 반만 영국에 흘러갔더라도 영국의 경제는 파탄이 났을 거라고 하네요. 실제로 나치독일이 노렸던 것도 영국에 대규모의 초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이 최우선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통화량과 초인플레이션 (Hyperinflation)


초인플레이션이란 물가상승이 통제를 벗어난 상태로 수백퍼센트를 넘는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보통 1년에 물가가 100배 뛸 때 이를 초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요인이 바로 통화공급의 증가입니다. 


중앙은행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진짜와 구별이 가지않는 위조지폐의 대량 유포는 사실상 통화량의 증가를 의미하게 되는 것이지요. 베른하트 작전만 해도 당시 영국 국고의 네 배가 넘는 위조지폐가 일시에 영국에 흘러들어오게 되면, 통화의 구매력 자체가 낮아지게 되고, 통화의 구매력 약화는 결국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위조지폐를 통해 영국에 초인플레이션을 일으키려고 했던 독일은 1차세계전이 끝난 후 전후 배상금 문제와 경기 진작을 위해 대규모의 화폐를 발행하였고, 3년만에 물가가 1조배나 오르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인플레이션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경제붕괴를 틈타 히틀러의 나치당이 집권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죠. 아마도 이런 초인플레이션의 무서움을 알았기에 베른하트 작전을 구상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게 됩니다.


독일은 1924년에는 100조 마르크화를 발행한적이 있습니다. 당시 독일에는 감자한톨 사기 위해 지폐를 수레에 싣고 가는 광경이 연출되었다고 하네요. 

가장 최근에는 짐바브웨에 나타는 2억% 이상의 최악의 초인플레이션으로 1 미국달러 당 1조 짐바브웨 달러에 해당 될 정도 1조 짐바브웨 지폐는 한 때 한국의 옥션 사이트 등지에서 선물용으로 팔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미국 달러를 통화로 사용하는 것으로 어느정도는 초인플레이션을 해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달걀 세개 값이 10억 달러


참고로 독일이나 짐바브웨를 가볍게 눌러버리는 초인플레이션의 최강자가 있는데요. 바로 헝가리입니다. 

2차세계대전전부터 살인적인 물가상승률로 유명했던 헝가리였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1946년까지 15시간 당 물가가 2배씩 뛰는 역사에 남을 초인플레이션을 기록하는데요. 한달에 1.3경배의 물가상승이 이루어진셈입니다. 


급기야 1946년 8월에는 시중에 있는 모든 통화를 다 합쳐도 당시 환율로 미국 달러 0.1센트도 안되는 엽기적인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돈이 쓰레기보다 못한 상황이 된 것이죠.


이런 초인플레이션은 보통 통화를 관리하는 정부가 무능할 경우에 발생합니다. 통화발행 말고는 재원조달 수단이 없을 경우 정부는 통화를 계속 찍어낼 수밖에 없고, 시장은 이런 상황을 보면서 통화의 구매력을 인정하지 않게 됩니다. 

이 악순환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짐바브웨나 헝가리의 경우가 나타나는 것이죠.

 


출처 : flickr.com


금융의 기본은 믿음


다시 영화 <카운터페이터>로 돌아가면, 솔로몬 살로비치는 살기 위해 적에게 협력하고, 자신을 가둔 적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사용합니다. 

담벼락 건너편에서는 수많은 동족들이 가스실에서 학살당하고 있는데 자신은 적에게 협력하며 이렇게 살아야하는건지 내적갈등을 겪다가 결국 목숨을 건 사보타주를 통해 베른하트 작전을 늦추는데 성공합니다. 

위조를 통해 가짜의 인생을 살아왔지만 결국 마지막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진실을 향해 걸어간 것이죠.





영화 <카운터페이터>는 이러한 가짜 속의 진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초인플레이션은 결국 시장이 통화에 대한 믿음이 없어질 경우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나치독일이 위조지폐를 통해 영국 경제를 붕괴시키려 한 것도 사실 이 ‘믿음’을 붕괴시키려고 한 것입니다. 

믿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고, 송금을 하고, 상대방이 내미는 돈을 받아 물건을 내어줍니다. 


믿음, 곧 신용이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관념이라는 것이죠. 

금융은 이러한 신용을 바탕으로 성립이 됩니다. 신용이 없는 금융은 결국 불법 사채같은 모습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위조지폐를 만들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야하는 그 환경에서 그들은 진실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노력합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 영웅적인 행동에 얼마나 많은 인명이 구원받았을까요? 

비록 담벼락 건너편의 유태인 동료들의 죽음은 막지 못했지만 사상 최악의 위조지폐 유통으로 인한 믿음의 붕괴는 막아냈으니 우리는 그들을 영웅이라 부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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