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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긴 공연 관람 후기] 발레가 들려주는 사랑이야기 ‘오네긴(ONEGIN)’

by IBK.Bank.Official 2011. 11. 22.

 유난히 길었던 장마 때문일까요? 올 가을 떨어지는 낙엽이 여느 가을보다도 더 쓸쓸하기만 합니다. 지나간 옛 사랑이 생각나거나, 높아진 가을하늘만큼 허전한 솔로들의 가슴을 채워주는 게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말고 또 뭐가 있을까요?

 사실 요즘은 화려한 무대와 배우들로 꾸며진 뮤지컬이나 최첨단 그래픽으로 무장한 3D, 4D 디지털 영화들이 즐비하지만 올 가을 쓸쓸한 마음 한 구석을 채우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게 사실이죠. 뭐랄까…? 마실땐 톡 쏘지만 마시고 나면 갈증만 더 심해지는 탄산음료라고나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 LG아트센터에서 관람한 유니버셜발레단의오네긴은 온통 디지털영상과 화려한 매체에 점령당한 우리에게 아날로그의 따뜻함을 전해주는 풍미가득한 홍차 같은 공연이었습니다.



 

 국내에서보다 해외투어로 더욱 유명해진 유니버셜발레단은 2009년을 초연으로 올해 두번째로 국내에서오네긴을 선보였는데요. 꽉 채운 객석만큼이나 발레공연계에서는 상당한 매니아층을 확보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푸쉬킨의 소설<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 챠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음악과 슈투트가르트의 세계적인 안무가 존 크랑코의 극적인 안무가 어우러진 대표적인 드라마발레로 동양에서는 2008년 중국국립발레단에 이어 이듬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 공연이 이뤄질 만큼 세계적으로 작품의 질과 희소성이 중시되는 작품중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이번 유니버셜발레단의오네긴은 공연전부터 앞으로 몇 년간은 기다려야 다시 표를 구할 수 있는 명작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3 6장으로 구성된오네긴은 서양 고전극의 영원한 주제라 할 수 있는 비극적인 사랑을 노래합니다. 주인공 오네긴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허무주의적 행동으로 자기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까지도 불행하게 만드는 비극적인 인물입니다. 오네긴 옆에는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시골 영주의 딸 타티야나가 있고, 이런 타티야나의 일방적인 사랑을 오네긴은 비정하게 외면합니다. 절친한 친구의 약혼녀이자 타티야나의 동생인 올가를 희롱하여 친구와 운명의 결투 끝에 친구의 목숨을 빼앗고 도망을 가게 됩니다. 세월이 흐른 뒤 뒤늦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다시 그녀를 찾아온 오네긴, 지나간 사랑을 되돌리려 하지만 이미 그녀는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다소 평범하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가슴 절절한 애증과 비련미가 대중들에게 호소력을 얻으며 오랫동안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2시간 20분동안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이 올 곳이 역동적인 발레동작과 무용수들의 실감나는 표정연기 그리고 객석까지 전해지는 거친 숨소리가 지루할 세 없이 극의 장면장면을 가득 메우고 덤으로 스토리를 들려주듯 자연스럽게 극의 분위기와 일치하는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은 마치 한편의 소설을 거침없이 읽어 내려가는 듯한 느낌마저 주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서 일어설 때 쯤에는 마치 무대 위에서 역동적으로 연기한 무용수처럼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야만 했습니다.


  발레라 하면 여전히 생소한 장르의 공연이지만 이번에 관람한오네긴은 드라마발레의 진수를 보여주며 예술성에 대중성을 더하여 발레에 대한 신선한 충격을 전해주었습니다. 올 가을의 마지막 길목에서 꽉 들어찬 공연문화에만 익숙해 있는 우리들에게 비움과 공백의 아름다움, 공감과 소통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애석하게도 이 공연은 지난 19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기약없이 아쉬움만 남기게 되었습니다. 만약 2년 후 어느 가을날 발레오네긴의 공연소식을 듣게 되신다면 절대 놓치는 분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본 공연은 유니버설발레단의 관람권 협찬을 받아,
  IBK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고객님들께 관람 기회를 드리는 형태로 진행했음을 고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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