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Fight the ECB', ECB가 예금 금리 마이너스를 한 이유?



월가의 격언 중 ‘Don’t fight FED’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곤 하지요. 이 말은 FED(미국연방준비은행제도)가 펼치는 정책에 맞춰 투자를 하라는 뜻입니다. FED에서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면, 주식시장 강세를 받아들여 이에 맞춰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Don’t fight the ECB’ 해야겠습니다. 지난 6월 5일 ECB(유로존 통화정책회의)에서 드라기 총재의 말과 행동을 보면 저절로 ‘Don’t fight the ECB’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ECB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6월 ECB 정책 요약


기준금리 인하

현행 0.25%에서 0.15%로


초단기 예금금리 인하

현행 0%에서 -0.1%로 인하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

"새롭게 인하된 기준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것이며 4,000억 유로 규모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시행할 것"

"유로존 경제에 위험이 존재하여 추가 금리인하 등이 포함된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고려하고 있다"




예금 금리 마이너스 인하의 의미 


ECB에서 나온 다양한 이야기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예금 금리 마이너스 인하입니다. 예금 금리는 은행에 예금한 대가로 이자를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예금 금리가 마이너스라면, 예금을 하면 벌금이라도 내야 한다는 의미일까요? 네. 맞습니다. 이제부터는 ECB에 돈을 맡기려면, 0.1%에 해당하는 돈(보관료 또는 벌금)을 내야 합니다.  


마이너스 예금 금리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존의 금리 개념과는 다르게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죠. 마이너스 금리는 ‘예금을 하는 행위’를 한 이후에 나타나는 돈의 흐름 자체가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금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예금을 하는 사람이 돈을 내야 된다는 것이죠.


특히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이를 이해하고 적응 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부에서는 어차피 0.1% 인하한 것뿐인데, 큰 의미가 있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ECB의 마이너스 예금 금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이 생길 듯 합니다.




ECB가 예금 금리 마이너스를 한 이유


그렇다면 왜 ECB가 예금 금리를 마이너스 했을까요? 바로,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유럽의 물가 수준과 ECB 기준 금리 비교



위 그림은 유럽의 물가수준과 ECB의 기준금리 추이입니다. 2011년 물가 수준이 2%를 넘어섰을 때 ECB는 금리를 전격 인하해서 후일 큰 잘못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그랬던 ECB가 지속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것은 물가 하락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디플레이션은 막겠다는 ECB의 노력덕분에 금리는 마이너스까지 하락하게 된 것이죠. 




ECB가 디플레이션을 싫어하는 이유


‘인플레이션’은 물건 가격의 상승과 돈의 가치 하락을 의미합니다. 그 반대인 디플레는 당연히 돈의 가치 상승을 의미하겠죠. 그래서 디플레이션은 유로화 강세를 유발합니다. 유럽의 물가와 유로화의 가치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유럽의 물가 상승 속도가 하락하는 구간에서 유로화는 강하게 상승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 유럽의 물가가 하락할수록 유로화의 가치는 상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유로화 강세는 유럽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됩니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큰 독일 같은 경우 더욱 직격탄을 맞게 되지요. 때문에 ECB는 아주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ECB회의가 끝난 이후 드라기는 "상당한 조치를 취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라며, 시장이 기대감을 이어가 주길 바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ECB의 예금 금리가 미치는 영향


ECB에서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했다는 것은 ECB에 맡겨둔 돈을 찾아가라는 의미입니다. 그럼 ECB에서 나온 돈은 어디로 갈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재미있는 그림을 하나 소개합니다. 이는 미국 금리를 역전한 스페인 금리를 그린 그래프입니다. 



 



위 그림은 마치 극적인 역전승 한 판을 본 듯 한데요. 축구경기로 따지면, 2012년 5:0으로 지고 있던 스페인이 한 점씩 따라가더니 마침에 ECB 회의가 열린 직후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한 셈이죠.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ECB에서 빠져나간 돈이 가까운 곳에 있는 나라들의 국채들로 매수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을 포함한 남유럽 국채는 일단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선택했을 뿐 ECB에서 쫓겨난 돈의 종착역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그 돈은 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흘러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ECB 회의 결과는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유럽이 디플레이션의 공포에 떨고 있고 ECB는 디플레이션을 아주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추가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마지막으로는 ECB에서 쫓겨난 돈이 일단 쉬어갈 곳으로 남유럽 채권을 선택했지만, 언젠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으로 흘러나올 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ECB 6월 회의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소 어려워도 우리가 거래를 하는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제 정책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겠습니다. 

이제는 정말 ‘Don’t fight the ECB’할 시대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