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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위기의 일본 경제, 침몰인가, 회복인가?

by IBK.Bank.Official 2013. 1. 23.

위기의 일본 경제, 침몰인가, 회복인가?


<출처 : http://goo.gl/0ObzA>


2012년 연초 회생의 기미를 보였던 일본 경제가 다시 추락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굴지의 기업들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며 연이어 쓰러졌습니다. 일본의 실질 국내 총생산은 -0.9%로 다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연간 무역 수지는 2조 5,000억 엔으로 1990년 이래 31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이겨낸 일본, 다시 기적을 이룰 수 있을까요? 



일본 경제 침몰의 위기와 공포 

2012년 11월 17일, 일본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는 한 연설에서 깜짝 놀랄 발언을 했습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윤전기를 쌩쌩 돌려 돈을 찍어내겠습니다.”

이렇게 충격적인 발언이 나오게 된 까닭은 일본 경제가 처한 현실 탓입니다. 대체 어떤 상황이기에 이런 극약 처방까지 이야기된 것일까요? 2012년 3/4분기에 일본의 GDP는 2/4분기보다 0.9% 감소했습니다. 2011년 4/4분기 이후 또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만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순 수출은 -0.7%포인트, 기업 투자는 -0.4%포인트, 민간 소비는 -0.3%포인트라는 처참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정부 지출과 민간 재고만 경제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경제가 잠시 회생 가능성을 보였던 것은 정부 지원의 영향 덕분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경기 선행 지수도 2012년 3월 이후 하락세를 지속했습니다. 일본 경제는 여전히 약한 회복세에 머물러 있으며 그 속도도 지연되고 있습니다. 


침몰의 공포 앞에 선 일본 경제의 부진, 대체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무너져 내린 ‘메이드 인 재팬’의 신화


일본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출 부진입니다. 일본의 순 수출은 3/4분기 GDP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1년 3/4분기에 발생했던 대지진 이후의 기저 효과(0.8%포인트), 태국 홍수 때의 기저 효과(0.1%포인트)를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주요 교역국들의 수요 둔화입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가 우려되고 있으며, EU는 재정 위기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두 지역에 대한 수출은 2011년 10월 이후 마이너스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약화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과 중국 등 후발국 기업들의 품질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중심 전략, 엔고 현상 등으로 수출 경쟁력까지 약화된 것입니다. 최근에는 ‘영토 분쟁’까지 일어나면서 일본 기업들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부진에 빠진 기업 활동


수출 못지않게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기업 활동의 부진입니다. 수출 감소가 생산 부진과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다시 고용과 내수 부진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산업 생산의 경우 지난 3월에는 전년 대비 14.2% 증가해 희망을 주었으나 이후 둔화세가 커지기 시작, 작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그 폭도 갈수록 커져 지난 7월 -1.0%에서 9월에는 -4.1%로 늘어났습니다. 산업 생산에 선행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출하, 재고의 스프레드도 지난 5월 이후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 


연초에 기업 활동이 증가했던 것은 대지진 이후의 기저 효과와 정부 지원금 덕분이었습니다. 지진 피해 복구 지원금, 친환경 자동차 구입 보조금 등이 기업 활동에 도움을 준 것입니다. 그러나 이 효과는 금세 사라지는 모양새입니다.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면서 다시 부진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다면 기업 활동은 대외 수요 회복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럽보다 더 심각한 일본의 재정 부담


일본의 재정 건전성 악화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IMF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2012년 일본 정부의 부채는 GDP 대비 236%에 육박합니다. 이는 유로존 재정 위기국의 부채 수준을 상회하는 것은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재정 수지도 좋지 않습니다. GDP 대비 8.9% 규모의 적자로 이 또한 유로존 국가들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일본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8월에 소비세 인상안을 통과시켰습니다. 5%였던 소비 세율을 2014년에 8%, 2015년에 10%까지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시선은 여전합니다. IMF는 한 보고서에서 일본이 부채 규모를 줄이지 못한다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유럽 재정 위기가 진화되고 일본이 재정 건전화에 실패하면 자금 이탈이 일어날 수 있고 일본 국제 금리도 급등하기 때문입니다. IMF는 또 일본 정부가 단기적 경제 활동을 부양할 필요는 있으나 중・장기적 측면에서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잠재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중기적으로 소비 세율 인상이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의 소비 세율 인상안도 궁극적으로 재정 건전성 제고에는 불충분한 것으로 보입니다. 



역사와 정치 앞에 선 일본 경제


일본에 불고 있는 정치적 포퓰리즘도 일본 경제에 좋지 않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노다 전 일본 총리는 2012년 일본의 소비 세율 인상을 주도한 인물로 민주당 내에서 우익 성향이 짙은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는 총리 선출 직후 “역사 인식을 특별히 내세울 생각은 없다. 아시아와는 윈-윈 관계를 취할 것이다”라고 언급하는 등 우익의 태도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영토 갈등을 빚는 등 외교적으로 수세에 몰렸고, 소비세율 인상을 추진하면서 국민의 신임을 잃고 말았습니다. 결국 조기 총선이 결정되면서 최대 야당인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의 집권으로 이어졌습니다. 노다 전 총리가 추진했던 재정 건정 제고 노력도 불투명해지게 된 것입니다. 


신임 총리인 아베 총재도 극우 성향의 정치인입니다. 집권 전부터 “영토, 영해, 일본의 자부심을 건드리면 용서하지 않는다”, “방위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던 그는 앞으로도 포퓰리즘에 의존한 정치 행보를 보일 전망입니다. 그러나 수출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영토 분쟁, 무리한 부양책 공언 등은 일본 경제 회복에 제약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경제, 다시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까?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 메이커 토요타 자동차는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감산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7월에는 친환경 자동차 보조금 만료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또 9월에는 중국 내 반일 시위에 따른 판매 저조 때문이었습니다. 



토요타 자동차의 감산은 최근 일본 경제 상황을 극명하게 반영합니다. 정부 보조금과 지진 피해 복구 덕분에 호전되는 듯했던 일본 경제는 다시 개선세 둔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정치권의 무리한 행보로 수출 부진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입니다. 


폐허 속에서 기적적으로 경제 대국의 기적을 이루었던 일본, 다시 제2의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러나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 일본 경제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입니다. 특히 일본 정치권의 무리한 행보가 이어질 경우 일본 경제의 회복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경제 회복은 정치적 리스크 완화, 글로벌 경제 회복이 전제될 때 가능합니다. 


일본 경제,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요? 일본의 선택은‘잃어버린 20년’의 종언이 될 수도, ‘잃어버린 30년’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선택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곽동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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